그런데 사실 저는 말 주변이 진짜 없는 타입입니다. 말로 하는 모든 일에 경끼를 일으킵니다. 혼자서 미팅가는 게 세상에서 제일 괴롭습니다. 이사님과 같이 가는 미팅이라도 언변의 마술사 이사님이 화장실이라도 가셔서 상대편과 둘만 남게 되는 경우 저는 거의 공포에 가까운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애교가 별로 없는데다가, 그나마 없는 애교라도 부리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본인도 불편해서 자제하고 있습니다. 마음 숨기는 것도 잘 못해서 누구라도 한명 좋아하거나 싫어하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알아차립니다. 처음엔 다들 심리학 전공이라도 한 줄 알았는데 제가 그렇게 티를 낸다네요. 헐 말 주변머리도 별로 없는데 마음에 없는 소리는 잘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은 남이 뭐라 느끼든 직설적으로 뱉고 후회하는 타입이라 아직도 사회 생활에 문제가 좀 있습니다. 연애도 소질 없어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제게 하나를 덜 준 대신 하나를 더 주셔서 셈을 맞추셨습니다.
바로 이 독보적인 미모!는 아니구요,
저는 말하기를 싫어하는 대신 듣고 쓰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락스미스에서 앨범이 새로 나올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듣고 즐겁게 앨범 소개를 씁니다.
기쁜 마음으로 쓰는 것하고 잘 쓰는 것하고는 분명 다른 것이지만
'추운 겨울에서야 느낄 수 있다. 이 온기'
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기 일쑤여서 약간 부끄럽긴 하지만.
좋아서 한다고 하니 앞으로도 '그래 어디 함 더 해봐라' 이런 마음으로 항상 저희 락스미스 앨범 소개를 꼼꼼히 읽어 주심 덕분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요즘의 락스미스는 일년 계획을 짜고 있는 중이라 오늘은 제 나름대로 락스미스에서 만든 예전 앨범들을 모두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앨범도 있고, 제 귀엔 훌륭한데 세일즈가 좋지 않았던 앨범도 있고 폭발적으로 잘 팔린 앨범도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추운 겨울에서야 느낄 수 있다. 이 온기'는 락스미스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Blessing you 의 소개 자료 헤드 카피입니다. 락스미스는 2008년 12월에 첫번째 컴필레이션을 만들었습니다. 1000장 한정으로 피지컬도 같이 만들었었고 다행(?)히 모두 품절되었습니다. 디지털로는 여전히 들을 수 있으니 http://music.mnet.com/ArtistAlbum/AlbumInfo.asp?AlbumID=172572&AlbumView=Y (올해는 꼭 두번째 컴필 만들겁니다!)
LOCKSMITH COMPILATION 1.Blessing You 의 빠꾸 먹은 시안
어제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12권을 읽었습니다.
재규어와 피요히코가 더운 여름 날, 더위를 식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땀을 흘릴 수록 조금의 부채질에도 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으니 결국 몸을 더 덥게 해서 시원함을 더 느껴보자 이런 괴상한 결론(재규어다운)으로 치달아가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에서 비롯된 교훈을 전하고 싶습니다. 조금의 온기라도 이토록 추운 계절이라야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위안도 되고요. 다시 한번 추천합니다.
LOCKSMITH COMPILATION 1.Blessing You.
'차가운 시대에 놓여진 뉴-키즈들을 위한 진심 어린 축복. BLESSING YOU'라는 낯간지러운 문장은 이 손으로 직접 적었지만 지금도 그때도 진심입니다. 날씨가 춥거나 세상 돌아가는 건 어떻게 해볼 수 없을지라도 이 앨범을 들었더니 캐시미어 가디건을 입은 것 같았거든요.
2년전 추운 계절에 만들어진 앨범이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의 추위에 들어도 여전히 좋네요.
오늘은
낙산 실미도의 더위와 대리석 바닥의 서늘함
이상 기온으로 비롯된 추위와 좋은 음악이 주는 온기
나의 말하기와 글쓰기 사이의 균형을 깨달은 기분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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