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무실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냉장고'라고 대답해야지. 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아무도 해주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이걸 쓴다.
사무실 냉장고가 좋다. 능력있어 보인다. 크기도 적당하고 속을 썩인 일도 없다. 양쪽으로 여닫는게 아니라 위 아래로 분리되어 있어서 더 좋다.
먼저 냉동칸을 열면 언제나 얼음이 있는데, 얼음을 무척 좋아하지만 먹은 뒤 다시 얼릴 생각은 안하는 1人으로서 늘 얼음을 얼려주는
'유선아, 동우야 혹은 오팀장님 고맙습니다. 정은아, 설마 너는 아니겠지. '
냉장칸에는 삼다수, 비타민 워터, 앱솔루트 보드카, 밀러 맥주, 그롤쉬 맥주, 예거 마이스터, 벨베디어 보드카, 멈 샴페인, 족발집에서 배달 올 때 끼워 준 소주가 있고 ucc블랙커피 1.5리터병이 사람 수대로 뜯겨 있고, 민구가 먹다 남긴 사이다 피트병과 언젠가 있을 파티를 위한 토닉 워터, 진저엘이 안보이는 구석에 처박혀 있으며 과자 살때 붙여 주는 '선배 나 열나는 것 같아' 렛츠비 커피가 하나 있고 사장님 어머님께서 직접 기른 호박으로 달인 즙이 아랫칸에 가득차 있다.
이런 냉장고의 내면은 평범한 가정집에서는 갖기 힘들겠지. 직접 가정을 꾸려 본 적도 없지만. 아무튼 냉장고 문을 열고 이런 속 사정을 볼때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가정집이 아니라 오피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비엔나 소세지한테 머릿속을 지배당한 초딩처럼 냉장고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막상 냉장고 문을 열어 그 내면의 차가움에 압도 당하면 나는 곧 자리로 돌아가 마이크로 워드2007를 열고 머릿말을 눌러 회사 로고를 붙이고 문서를 만들기 시작한다.
냉장고에 캔 맥주가 가득한 이곳은 사무실.
여기는 락스미스.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일하자.
by aloha
2 comments:
그리고 가끔 유선이가 싸오는 맛있는 군고구마도 냉장고 한켠에 있는 칸막이 코너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벌써 반년이 지난 식용유도 있어요. 솔직히 식용유를 왜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는지는 알수 없으나 딱히 화장실에 보관할 수 는 없기에 그냥 두고 있습니다.
유선이 말이 전부 옳습니다.단 한가지 덧붙이면 군고구마는 밤이 되면 사라지니 냉장고안에 계속 있다고 할 순 없다.라고 나는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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